넷째 날 저녁과 그 다음날이 짧지만 이번 여행 중 가장 임팩트있는 기간이었을거다.

전 날 저녁은 숙소 들리기전 간단히 배를 채우고 갔는데도 사장님께서 한숟갈이라도 먹으라고 강력히(?) 권유하셔서 조금만 먹었다. 사장님께서 직접 밑반찬을 만들어 주시는데 아주 음식솜씨가 끝내주시는거다. 덕분에 든든히 배를 채우고 간단히 샤워 후 짐정리를 마치고 침대위에서 플래너 쓰는 중.

그 때가 7시였나. 밖에서 누가 문을 똑똑 두드리길래 이 시간에 누구지? 하고 보는데 어떤 남자분 한분이 들어오셨다. 사장님 아시는 분인가 했는데 알고봤더니 나와 비슷한 이유로 이 곳에 들르신 여행객이었다. 해도 이미 지고 밖이 어두컴컴해서 여행객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첫 인상은 그랬다. 겉보기에도 아주 밝은 표정에 성격이 외향적이고 누구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신 분. 내가 닮고 싶어하는 성격.

짐정리 하시면서 대뜸 물으신다. 친구분은 어쩐일로 혼자 여행을 하시냐고. 실연하셨냐고? 군대가냐고? 그런거 아님여 ㅋㅋ. 그럼 왜 혼자여행하세요? 글쎄요. 저도 잘 =_=.. 사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혼자 여행 해보고싶어서. 그게 전부이지만 뭐라고 명확히 설명할수가 없었다.

사장님께서 잠시 나가신 사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밖에 나가서 맥주나 한잔 하자며 근처 해변가에 자리를 잡았다. 술은 잘 못하시나보다. 간단히 캔맥주 하나씩 사들고 과일안주(?)로 바나나랑 꾸이맨을 먹고있는데 비가 오는거다. 해변이라 바람도 불고 덕분에 내 꾸이맨도 날아갔다. ㅅ...ㅅㅂ..ㅠ;;

결혼을 하셨단다. 나보다 나이가 많을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의외였다. 많은 얘기를 들었다. 여행을 매번 다니다보면 보는 대상 자체는 중요하지않다고 하신다. 장소가 어디든 아무리 멋진 곳 이라도 그 순간 살짝 감동받을 뿐이지 지나고 나면 남는게 없다고. 진정한 여행은 마음에 남는 여행. 뭐가 마음에 남아야 하는지는 아직 여행 초짜인 나는 잘 모르겠다.

얘기나누며 한 가지 더 듣고느낀 점. 잘못 된 길을 마주했을 때 직접 가보지 않아도 미리 예측해서 다른길로 돌아갈 수 있는 지혜. 둘째 날 중문가는 길이었던 것 같다. 이정표에 해안도로라고 있길래 내려갔더니 무슨 공사판만 나오고 길이 없어서 다시 힘들게 오르막길을 올라왔던 기억이 있다. 직접 가보지 않고도 없는 길임을 예측할 수 있는, 나에게는 없는 지혜로움.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까지도 직접 부딪혀보고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그런 이치에 밝아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여기서부터가 마지막날..

원래 일정은 토요일까지 머물다 일요일 오전비행기로 올라가는거였는데 예상보다 하이킹도 일찍 끝날 것 같고 할만 한 것도 없어서 비행기를 하루 앞당겼다.

함덕서우봉해변 뒷산(?)
이 날은 오전에 일어나서 어제의 일행분과 근처 뒷산에 올라 경치를 감상했다. 사장님께서 또 강력히 추천해주신 뒷산. 정말 멋졌다. 내가 자전거로 달려온 길이 다보였다. 내 생전 처음보는 에메랄드 빛 해변까지. 멋진곳이다. 함덕서우봉해변.

아침을 먹으며 사장님의 모험담을 들었다. 원래 대구 출신인 사장님도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분이시란다. 군대를 다녀온 후 무작정 전국여행을 시작해서 어쩌다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거란다. 몇년 전 부터 카약을 타기 시작하셨는데 카약타고 제주도에서 한강까지 가신 분이다. 사진 보면 알겠지만, 저 카약이 그렇게 크지가 않다. 물론 저것보단 좋은 카약이겠지만, 저걸 타고 어떻게 한강을? ㅡ_ㅡ.. 2~3년 전인데 그 당시 카약 동호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아주 유명세를 치루셨단다. 가는 곳곳마다 해양경비정이 뒤따르며 보호아닌 보호(?)를 받으시고 일행들과 같이 출발한 그 여행에서 어찌나 힘든지 결국에는 모두 포기하고 혼자 끝까지 가셨다고 하니.. ㄷㄷ.. 대단한 분이다. 여행을 아주 좋아하시나보다 ㅠ

이왕 왔으니 카약한번 타보자 해서 일행분과 간단히 교육받고 고고싱. 비용은 만원이었나 만오천원이었나. 인정많으신 사장님께서 무료로 타라고 하시는데 아니, 그래도 사람이 예의가 있지 어떻게 공짜로 타나요 ㅎㅎㅎㅎㅎ ㅜㅜ

타는 방법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기냥 번갈아가면서 저어주면된다. 카약타고 2km 까지는 나갈 수 있다고 하니 꽤 멀리나갔다. 얼마나 갔는지 해변에서 멀리 나왔는데도 바다속이 훤히 다보인다. 그 정도로 물이 맑다. 그런데.. 어디까지 가시나요 ㅠㅠ 일행 분이 어찌나 멀리 가셨는지 고기배가 지나다니는데 사이렌까지 울린다. 들어가라고. '집에 가세요? ㅠ 돌아오세요 ㅜㅜ'

함덕서우봉해변제주카약


할튼, 좋은 경험이었다. 샤워 후 인사를 마치고 이제는 공항으로 향했다. 일행 분도 혼자 여행을 즐기시는 분이라 해수욕장 입구부터는 따로 달렸다. 어차피 가다가 만났지만 ㅋ... 마지막 날은 지금까지와 달리 날씨가 아주 맑았다. 쭉쭉 달리는데 뒤에서 "저기요~" 라며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돌아보니 그 분이다. 보리빵인가? 먹고가려고 잠시 멈추신거 같은데 덕분에 얻어먹고 길가다 후식으로 참외까지 사주셨다. ㅠㅠ

동부농원

그렇게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그 곳에서부터 헤어진 것 같다. 짧은 만남이지만 기억에 남는 분이다. 언젠가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다.

다시 제주시청 근처로 향해서 자전거 대여점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께서 처음 올 때와 같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첫 날에 실수로 자전거 벨이 분해가 되버렸는데 고치지 못했다고 말씀드리니 괜찮으시단다. 자전거 대여료도 싸게 해주시고 돌아갈때는 택시비 까지 주시길래 한사코 거절했지만 끝내 주시는 데 어쩔 수 없이 받아왔다. 이렇게 완주증까지!! 이렇게 해주시면 남는게 없으실텐데;; 다음에 혹시나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빌린다면 이 곳을 이용해야겠다. 어머님! 감사했습니다. 제주도 방언은 역시 듣기 힘드네요 ㅠ

완주증


이렇게 올 여름 즐거웠던 내 하이킹은 끝. 고맙수다.
2010/08/30 22:59 2010/08/30 22:59
Posted by ddiamo

댓글을 달아주세요

  1. 2010/08/31 07:58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마지막까지 좋은 경험하고 왔네.
    난 여행가도 혼자 놀아서 썸씽이 없음 ㅋㅋ;;;
    • OpenID Logoddiamo
      2010/08/31 16:29
      댓글 주소 수정/삭제
      ㅋ ㅋ 저도 저기 안들렸으면 아무런 썸씽이 없었을거에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 : [1] : [2] : [3] : [4] : [5] : [6] : [7] : [8] : ... [75] : NEXT >>

카테고리

전체 (75)
일기 (38)
감상 (8)
수영 (9)
여행 (11)
IT (9)

달력

«   2010/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 54486
Today : 0 Yesterday :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