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18일을 마지막으로 2년 5개월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었다. 지금은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사정이 어떤 선택을 하게 했고, 29개월간 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지금 이렇게 좋게 마무리 되어 절대 내 인생에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위기가 내겐 기회가 된 것.
떠나는 마당에 내가 선물을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오히려 주시더라. 마지막이라고 일으켜 세우시길래 노래나 한 곡 하라는 줄 알았더니 뭔가 큰 봉투를 안겨주시길래 사실 좀 놀랐다.

속옷과 목도리(?) 같은 놈. 그리고 데스몬드 모리스의 접촉. "이런 선물을 받을만큼 잘 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긴말않고 정말 감사하게 잘 쓰겠습니다"
2년반의 사회생활이 많은 걸 남겼지만 가장 특별한건 사람일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행복감, 스트레스. 항상 정답은 없다. 좋았던 기억만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간 매일같이 봐왔던 사람들을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쉬운건 어쩔 수 없다. 그 아쉬움 덕분에 지금은 행복하다. 아쉬움이 아니라 시원함이었다면 아마 나같은 성격에 다신 보지 않을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이 되고 후내년이 되도 아마 잊지 못할 우리 회사 사람들. 팀장님의 말씀대로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그 땐 어떤 기분,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알순없지만 그런 기대감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하니까 상관없다.
항상 퇴근 전 업무보고는 내 철칙이었다. 한 것이 없는 날일지언정 단 하루라도 업무보고를 쓰지 않은 날은 없다. 금요일, 마지막 업무보고도 평소처럼 쓰고 퇴근버튼을 누르고 회식자리로 이동하기전 마지막 내 책상을 보는데 그렇게도 아쉬울수가.
아, 마지막이라는 단어에서 밀려오는 슬픔이 너무 크다. 초중고 졸업식에서 느낀 그 감정보다도 훨씬 크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인데 연말 저녁에 집에 처박혀 있을라니까 어제 저녁에는 미친듯이 외로워서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릴 것 만 같아서.
금요일 회식자리에서 간만에 개꽐라가 되어 뭐라고 나불댄지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술한잔 못한다는 얼굴 본 지 5일된 분께 소주잔을 들라고 할 정도로 많이, 빨리 마셔서 채 풀리지 않은 속으로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미친놈에 706번은 또 꽃단장을 해놨으니 이건 뭐 커플 전용 버스여? '혼자' 라는 감정에서 밀려오는 그 슬픔이 너무 크더라. 토할 것 같은 속을 이끌고 헤엄을 쳤으니 아마 어제 같은 날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이 우울함은 연인이 없어서도,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야해서도 아니다.
절대 잊지 못 할 그 기억, 그 사람, 그 장소, 그 일. 그 모든 것이 이젠 추억이 될 뿐.
일단 모닝콜부터 지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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